서정_L

L 연재 /24화

L의 서정글 모음 / 정식 출판하는 책에 실릴 글의 경우 작가의 판단에 따라 유료로 올라가기도 합니다

시 조각글 문학 짧은글 감성 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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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4개의 포스트

1화부터 최신순

세상이 몸에 온갖 색을 가진 물감을 휘감아요. 검을 것 같은 풍경은 너무 하얘서 눈부시기만 하네요. 세상이 바른 색의 재료는 물감이 아니라 빛이었나 봐요. 그런 날 당신을 만나네요. 당신이 주홍빛 노란빛 물감을 섞고 마음으로 빛을 내어, 당신의 홍채에 햇살을 담네요. 모네의 그림만큼 따스한 그 빛은 누구의 심장이라도 비출 수 있어요. 그런 때 당신과 눈을 ...

시 문학 감성 하나하키병 첫사랑

22 1 2023.09.24

서정_L

이별의 장례

습작

보고 싶습니다. 보고 싶어요. 그댄 나를 기억 속에 묻어두고 있겠죠. 그댄 나를 묻고도 아무렇지 않겠죠. 나는 기억의 무덤 앞에서 흙 한더미조차 파지 못했어요. 그저 그대라는 기억의 시신을 안고 그곳을 떠돌고 있어요. 그대를 묻으면 가슴이 아릴 것 같아서도, 찬란했던 지난 날이 바랠 것 같아서도 아니에요. 그저 보고 싶습니다. 보고 싶어요. 이젠 기억의 시...

시 문학 감성 글 그리움

10 1 2023.07.31

서정_L

킥(Kick)

여름 앨범 후속작

선풍기 바람이 서늘했다. 열어놓은 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찐득하고 뜨끈한 바람과 대비되었다. 등줄기를 따라 퍼져가는 살얼음 분명, 너와 있을 땐 선풍기 바람이 시원했는데. 낮잠을 잘 수 있었던 때가 그립다. 네 감은 두 눈을 보면 졸음이 쏟아졌었지. 이젠 선풍기 바람 속 더운 바람 한 줄기에도 밤잠을 설친다. 오늘도 그런 날이다. 오늘도 너를 생각하며 밤을...

시 문학 감성 여름 꿈

10 2 2023.07.25

서정_L

안녕하세요

나는 당신의—

안녕하세요 나는 당신의 벚꽃이에요 흩날리는 나를 잡으면 피어나는 사랑의, 햇살의 따스함을 맞이할 수 있을 거에요 봄 햇살이 그립지 않나요? 안녕하세요 나는 당신의 그늘이에요 햇살같은 당신을 마주칠까 부끄러워 요리조리 숨어다니는 나를 찾으면 내 안에 들어와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세요 지친 당신의 땀을 닦아줄게요 안녕하세요 나는 당신의 바람이에요 끝도 없이 높은...

시 문학 감성 글 사계절

9 1 2023.07.25

서정_L

심장을 잃다

종말 후의 폐허

영감을 잃은 시인 의미 없는 활자를 두드리네 파편에 온몸을 베여가며 생각의 세상을 유영하네 색을 잃어 투명한 도시를 끝도 없이 돌아다니네 아아, 몇 번이고 두드리다 보면 알 수 있을까 아아, 몇 번이고 베이다 보면 알 수 있을까 아아, 몇 번이고 제자리로 돌아가다 보면 알 수 있을까 아니 영감을 잃은 시인 사랑의 정의도 모르네 사랑이란 감정도 모르네 사랑을...

시 문학 글 사랑 이별

13 2 2023.06.26

서정_L

당신이에요

나의 사계는

믿지도 않는 다음 생을 기다리게 하는 이 다음 생에는 그의 옆자리로 태어나리라 다짐하게 하는 이 봄이 가도 봄이 오게 하는 이 고운 살결이 여름의 채도보다 환하게 느껴지는 이 낙엽 부는 가을에도 피는 꽃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이 내 얼어붙은 육신과 마음 한 구석에서도 모닥불을 피우고 담요를 두르는 이 바로 당신이에요 - 생은 무한히 반복됨을 믿게 하는 이 ...

시 문학 글 감성 사계

12 2 2 2023.06.12

서정_L

밤을 세다

하나, 둘, 셋

밤을 세었다. 하나, 둘, 셋 당신을 생각한 밤이 하나, 둘, 셋… 세다가 잊어버리기를 반복했다. 그 밤이 너무 많아서, 내 두 팔로 다 껴안기 버거워서, 줄줄 흘러 남는 건 하나, 둘, 셋밖에 없었다. 그래, 당신을 생각한 밤은 세 개라고 하자. 애타는 그리움을 견딘 나날도 세 개라고 하자. 더 이상 당신을 그리워 할 수 없도록. 당신은 분명 돌아오겠지....

시 문학 사랑 그리움 밤

11 3 2023.06.08

서정_L

어떤 사랑에 대한 고찰

이 병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

어떤 사랑은 병일지도 모른다. 자신도 모르게 눈과 귀로 그이를 쫓고, 자신도 모르게 손과 입술로 그이를 만진다. 그이는 그 사실을 알지도 못하는데.

문학 짧은글 시 사랑 병

500P 35 2 2023.06.05

서정_L

사색

나의 감각

검은 한 걸음 더 옮겨도 검은 수 천번 뛰어봐도 검은 내 머리 속 그곳은 마치 심연 파란 물감 노란 물감 수 만번 물감을 쏟아부어도 검은 심연 숨이 얇아져가고 온 몸은 살덩이에 불과하고 중력이 사라진다 나의 종말 세계의 종말 그것은 사색 심연

시 문학 사색 심연 글

11 2 2 2023.06.04

서정_L

백일홍

당신이 그립습니다

당신이 그립습니다 나를 부드럽게 감싸던 당신의 언어 당신이 그립습니다 내 뺨을 감싸던 당신의 두 손 내 몸을 감싸던 당신의 온몸, 체온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떠난다는 그 한마디만 남긴 채 내게 추억이라는 선물 한 꾸러미만 덩그러니 쥐여준 채 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신 겁니까 오늘 밤에는 노란 백일홍이 싹을 틔울 듯 합니다 . . 노란 백일홍의 꽃말 그리움,...

시 문학 감성 그리움 백일홍

9 2 2023.06.01

서정_L

여름밤을 걸어

나는 항상 찬란했었다고

여름밤을 걸어 몇 광년 전 빛났을 별이 박힌 하늘에 도착했다 여름밤을 걸어 저 별처럼 언젠가 찬란했던 나에게 도착했다 여름밤을 걸어 너에게 물었다 지금의 나도 그 언젠가처럼 찬란하냐고 다시 여름밤을 걸어 네가 내게 답했다 나는 항상 찬란했었다고 지금도 그렇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

시 문학 글 위로 여름

20 2 2023.05.29

서정_L

그늘 아래

그늘의 무늬를 쓴 네 얼굴을 바라본다

나무 그늘 아래서 내 무릎을 네게 내어 주며 잎 틈새의 햇살에 네가 빛날 때마다 눈부심을 가려 주며 그늘의 무늬를 쓴 네 얼굴을 바라본다

시 문학 여름 그늘 사랑

500P 25 2 4 2023.05.28

”너는 나의 예쁜 글이야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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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나(花)

하나하키병:사랑하면 꽃을 토해내는 가상의 병

이별의 장례

습작

킥(Kick)

여름 앨범 후속작

안녕하세요

나는 당신의—

심장을 잃다

종말 후의 폐허

당신이에요

나의 사계는

밤을 세다

하나, 둘, 셋

어떤 사랑에 대한 고찰

이 병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

사색

나의 감각

백일홍

당신이 그립습니다

여름밤을 걸어

나는 항상 찬란했었다고

그늘 아래

그늘의 무늬를 쓴 네 얼굴을 바라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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